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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사회문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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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꽤나 못마땅했는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며칠동안 참으로 기가막힌 시나리오를 지어냈다.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 굳이 특정 종합편성채널의 정치색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짐작가는 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기가 막힌 공간이다. 하시모토 도루가 연일 망언을 쏟아내자 너나 할 것없이 지탄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내 딸과 같은 꿈많던 어린 처녀들을 전장의 노리개감으로 내몬 동족의 매국노들을 비판하고자 하면 시대착오적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며 겁먹은 강아지마냥 마구 짖어댄다. 매국노가 물려준 부끄러운 유산을 환수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을 친일파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자하면 본인이 마치 경술국치에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진 의사요, 열사인냥 할 말이 참 많아진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말 많은 것들이 뒤가 구린 법이다.

 

굳이 5.18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5.18이 무어고 지금 이 시대에 무슨 의미인지를 말하지 않겠다. 지금에 와서 다시 언급할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80년 5월 전남도청 앞 금남로를 가득 메웠던, 이름없이 스러저 간 열사들에게 이제는 오롯한 이름을 남겨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곳은 광주가 아니라 연희동임을 잊지 말자. 오롯한 이름을 남기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모교 발전기금을 천만원 씩이나 내는 사람이라면 꽤나 부유하거나 아니면 꽤나 모교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일 테지만 불행히도 당사자인 전두환에게는 둘다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1600여 억원의 추징금은 부유한 전두환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란죄로 인해 언도받은 사형은 자랑스런 육사 선배 전두환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전두환만 모르는 것일 까, 아니면 모두 다 알면서 그때처럼 비겁하게 눈감아버리고 싶은 것일까.

 

되려 내가 뭐 잘못했냐는 식으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런 파렴치한이 아직도 활보하고 있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그랬듯이, 또 그 부끄러운 유산을 신주단지마냥 모시는 그 후손들처럼, 군부독재의 치졸한 자존심이 아직도 대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되면 하시모토 도루는 양반인 셈이다. 멋모르고 떠드는 놈이야 뭘 몰라서 그럴테지라며 무시라도 할 테지만 이거 뭐 변명거리 없는 사형수가 원래 무죄라서 사면받았다라는 식으로 설쳐대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 이거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지 않았는가.

 

결국 기본이 바로서야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잘못을 하면 혼나고 잘하면 칭찬받는 당연한 이치를 왜 대한민국은 초등학생들에게만 가르치는가. 대한민국의 법과 상식이 바로서야 한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저서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선 기억의 투쟁과 같다.' 참 멋진 말이다. 망각에 맞선 기억의 투쟁이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비겁하게 뒤돌아 서지 말자. 아직도 대한민국은 비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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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victus_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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