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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일본이 더욱 우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의 제1야당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이 된 것입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지지도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제 2야당인 자민당의 총재가 차기 수상직을 맡게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출처 : 9월 26일자 마이니치 신문 인터넷판)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 정계의 대표적 명망가 출신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통적인 자민당 집안입니다. 일본 민주당을 창당하고 이후 자유당과 민주당의 연합체이자 정계, 관계, 재계를 아우르는 이른바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만들어 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태평양전쟁 당시 도죠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을 지내기도 한 A급 전범으로, 57년 내각 수상에 오르게 됩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평화헌법의 개헌, 재군비 강화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자위대의 핵무장을 주장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출처 : 9월 21일자 국제신문, 61년 11월 일본 수상관저에서 담소중인 기시노부스케(왼쪽)과 박정희(가운데)) 

 

기시 노부스케(본명 사토 노부스케)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 또한 자민당 총재로서 수상직을 역임하였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대일 청구권 문제를 매듭지은 65년 한일협약 당시의 수상입니다.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를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와 함께 반환(?)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토 에이사쿠는 7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유인데요, 이른바 '비핵3원칙 (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의 표방이 바로 그 사유입니다. 친형은 자위대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동생은 비핵3원칙을 주장한 것입니다. 더욱 웃긴 것은 비핵3원칙을 표방해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사토 에이사쿠가 이후에 비핵3원칙을 부정하고 핵무기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비핵3원칙'은 표면상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죠.

 

 

(출처 : 6월 21일자 연합뉴스. 일본 원전법상 '안보목적'추가하여 핵무장 가능)

 

 

아베 신조 총리의 친조부인 아베 간은 물론 아버지 아베 신타로 역시 중의원 출신입니다. 일본 정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자민당의 주요 직책인 간사장, 정조회장, 총무회장을 두룩 거친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10선 중의원으로 관방상, 내무상, 외무상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총리 후보감으로 항상 거론되었지만 나카소네와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패하면서 결국 총리에 오르지는 못했죠. 

 

 

(출처 : 06년 9월 20일자 YTN. 06년 총리 취임 당시 영상자료)

 

이렇듯 아베 신조는 일본의 대표적 정치 명문가 출신입니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6선의원인 그는 이제 총리를 지낸 이후 다시 자민당 총재에 오른 인물로는 이제 최초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총리 재임기간도 1년여에 불과하였고 급작스런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하였었다는 점 때문에 과연 자민당 총재에 다시 오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만 이러한 시각을 일소시키면서 화려하게 다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아베 신조가 자신의 집안 내력 탓인지 철저한 극우파라는 점입니다.

아베 신조는 총리 시절 이른바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또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자위대를 총괄하는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고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군비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강제 연행을 부인하였으며 '북한 때문에 총리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북 강경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 05년 5월 16일자 MBN.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인 아베 신조의 대북 제재 주장)

 

한국 및 중국과의 대외관계가 극단적 마찰을 빚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베 신조가 과거 총리 시절의 대외 강경 노선을 고집할 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여겨지던 그를 자민당 총재로 선출한 일본 정계의 복심이 결코 순탄한 한일관계를 예고하지는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극우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경일변도의 외교 자세를 보여줄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 일본이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및 중국, 또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로 인해 수세에 몰린 형세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군비증강을 꾀할 경우 최근의 중국의 해군력 증강 등과의 상승작용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국제 정세에 걷잡을 수 없는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9월 26일자 중국CCTV. 다오위다오(센카쿠)에서의 일본과 중국, 대만 어선들의 대치상황)

 

아직 수상직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의 차기 수상직 취임은 정해진 수순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그가 전후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한일 및 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한 아베 내각 재등장에 따른 주변국들의 대응은 어떨지, 마음 편히 지켜볼 수 만은 없는 형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