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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외국인 학교의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입학 정원의 30%까지 국내 학생을 유치할 수 있게 된 이후로 국내 외국인 학교의 변칙적 

운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 실시한 교과부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를 실시한 외국인 학교 31개소 (총 51개소) 중 9개소에서 

내국인 제한 비율 30%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국인 비율에 보함되지 않는 이중국적자 및 외국 장기 체류 학생까지 포함하면 내국인

비율이 80%를 넘는 곳도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자녀의 외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불법 외국 국적 취득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된 소환 대상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고위직 임원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먼저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불법을 서슴치 않았다는 점은 이들의 심각한 도덕 불감증을 대변한다.  불법이든 편법이든

영어교육, 유학준비만 시키면 되다는 그 천박한 자기중심적, 소아병적 행태는 과연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지도적 계층을 담당할 자질이

있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이들의 도덕 불감증이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으로 인해

확대되고 재생산되며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마치 부와 권력을 가진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와 같은

행태를 거듭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또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자.

글로벌 시대에 세계시민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은 큰 자산이다. 영어, 불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몇 개씩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열린 사고

방식으로 다양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개인적 능력과 자질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유목민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시대를 위한 능력과 자질은 개인 스스로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뿌리를 분명히 알고 있을 때 개인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자산이

된다. 국적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국적이 어디이든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이는 아무리 대

여섯 개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외국 문화에 익숙하더라도 정체성의 혼란에 허덕이는 미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경상남도 안동에 가면 보물 182호 임청각이 있다. 16세기 양반가의 풍류와 권위가 아름다운 한옥에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1912년

일제의 호적에 등록하기를 거부하면서 '무국적자'가 되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일제에 의해 작성된 호적에 등록된 사람에게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면서 석주 선생은 1912년 이후 계속 무국적자 신분으로 남게 되었다. 석주 선생의 국적이 회복된 것은 200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식장에서였다. 무려 1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은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의 하늘 아래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국적은 여권에 적힌 'Republic of Korea'라는 글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뿌리로 삼고자 하는 마음의 

定向을 의미한다.  맹모삼천지교라 하지 않던가.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떤 고생도 감수하는 부모의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불법과

편법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유학을 보낸다면 그 자녀는 진정 무엇을 배울 것이며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진 마음의 정향을 그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