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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5.16과 유신에 대하여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였다.  박 후보는 특히 유신의 불가피성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당시에 피해를 입으신 분, 고초를 겪으신 분들은 딸로서 제가 사과를 드리고 민주주의 발전 위해서 제가 노력해

나가야 한다. ... 역사가 객관적인 판단을 해나가지 않겠는가, 역사의 몫이고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회적으로 유신

체제라는 아버지의 선택이 지도자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라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또한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며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였다"라며 유신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도 아버지의 선택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불가피? 무엇을 위한 不可避란 말인가?

 

잠시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61년으로 돌아가보자.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1년 6월, 장준하가 발간하고 있던 '사상계'는 "4.19 혁명이 입헌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었다면, 5.16혁명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

혁명이다"라고 일단 군사쿠데타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듯 하면서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시급히 혁명과업을 완수하고 최단시일

내에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한 후 쾌히 그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는 엄숙한 혁명공약을 깨끗이, 군인답게

실천하는 길 이외의 방법은 없는 것이다"라며 민정이양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였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반공주의자이자 민족주의

자였던 장준하의 눈에 비친 5.16은 혁명의 외양은 갖추고 있었던 듯 하다. 이와 같이 '적어도' 이때까지는 당시 지식인들에게

5.16은 정국의 불안과 무질서를 회복시켜 줄 불가피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박근혜가 말하는 5.16에 대한 역사의 판단이 5.16의 발생부터 박정희가 민정불출마와 군정종식을 약속하는 2.18성명을 발표하는

63년 초엽까지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면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의 일련의 선택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이라면 국민들 사이에 다양한 판단들이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박 후보는 오늘 '손석희의 시선집중'중에 출연하여 70년대의 유신체제마저도 아버지 박정희가 민족의 앞날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이었다라는 점을 분명히 피력하였다. 박 후보에게 진정 묻고 싶은 바는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란 과연 무엇을 위한 不可避란 말인가?

 

박 후보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역사가 판단해야 할 불가피성'을 '감히' 파헤쳐보자. 당시 박정희는 정권의 민간이양을 약속한

이른바 '혁명 공약'을 깨뜨리고 스스로 제 5대 대통령에 입후보하여 당선된 후 경제건설을 핑계로 69년에 3선개헌을 강행하고서도

71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95만표 차이로 가까스로 승이한 후 72년 10월 유신을 단행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박정희 정권이 밝힌 유신을 단행하는 명목은 7.4남북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서 통일교섭 과정에서 내부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이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을 막기 위한 불가피성이라면 이것은 이미 유신이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모순임이 자명하다. 유신정권이 표면상 내걸었던 유신의 목적은 오히려 김일성 정권과의 적극적 통일교섭을 위한 것이었다라는

점은 결코 유신의 본질적 목적이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을 막기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을 막겠다는

사람이 오히려 일부러 북한에 까지 사람을 보내서 통일을 위한 밑그림을 같이 그리자고 하겠는가. 박 후보가 혹여 아버지의 선택이

이러한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면 독재를 향한 아버지의 야욕을 너무

순진하게 미화해서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측은지심마저 든다. 혹여 이러한 예측이 맞다면 '객관'적으로 박정희를 평가해야

할 주체는 박 후보가 말하는 '역사'가 아니라 박 후보 자신임을 말해 주고자 한다.

 

혹여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이 '경제 근대화'를 위한 불가피성이라면 이것은 더욱 복잡하고 조심스러워진다. 대부분 박정희

정권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와의 대립구도와 경제

발전을 위한 이른바 개발독재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아마도 박 후보는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등 뒤에 숨고 싶은 것일

지도 모른다. 일단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이 이러한 경제근대화를 위한 불가피성을 지칭하는 것이 맞다면 두 가지를 짚고 넘어

가야 한다. 

 

63년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가 당선된 후 장준하가 사상계에 쓴 글을 되새겨보자. 63년 11월호 사상계에서 장준하는 "정보정치

습성, 강권지배의 생리, 소영웅주의, 감상적 애국주의와 복고주의가 마키아벨리즘적 습성을 탈피하지 못한 소수 엘리트에 의해

파시즘의 함정으로 떨어지지 말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라며 박정희 정권의 성격을 예단하였다. 불행하게도 박정희의 유신

독재체제는 이러한 장준하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박정희가 당면했던 불가피성은 국가의 경제 근대화라기 보다

'박정희'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영웅주의적 파시즘에 기반한 독재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이

이러한 아버지의 과오를 말하는 것인가? 경제근대화라는 미명하에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과 염원을 무참히 짓밟고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독재체제를 강화시킨 아버지의 부끄러운 과거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옹호하고 

싶은 것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 자명한 헌법 정신마저 포기할 만큼 중요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하여도 박정희의

'선택'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對국민 정치테러이다. 당시이 상황이 이렇듯 중요한 '선택'이 강요되는 시점이었다면 당연히 그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어야 한다. 박 후보가 말하는 '불가피성'이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박정희의 독재와 전횡이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선택'을 묵살하고 짓밟았다는 점이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지난 과거이니 모든 것을 과거사로 돌린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 후보는 이제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이다.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는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5년 동안 국가수반으로서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 후보 가 연일 일관되게 옹호하는 '불가피'했던 박정희의 선택은 소아병적 파시즘의 전형으로 국민들이 그토록 희구하는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소통의 단절을 여실히 보여주는 독재였다는 점에서 박정희의 당시의 '선택'을 옹호하는 듯한 박근혜의

역사인식은 명확히 검증해야 할 유권자들의 숙제이다. 언제고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대통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뉘앙스의 역사인식은 박 후보를 위해서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바보'같은 청계천 평화시장 재봉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가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더라도, 또는 혹여

종교계, 학계, 야권이 모두 모여 명동성당 오후 미사에서 민주구국 선언을 낭독하더라도, 야당의 전 국회의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부산과 마산에서 학생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높아지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귀를 닫고 눈을 감아

버리지 않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 넓은 광화문 거리를 컨테이너로 닫아버리고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아대며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하시듯 꽉 막힌 스튜디오에서 혼자말 하듯 라디오 연설이나 하는 그런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버지의 과오를 나 박근혜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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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victus_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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